나에게는 자동차와 관련된 취미가 있다.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은 취미인데, 아버지께서는 어렸을 적부터 자동차에 대해 관심이 아주 많으셨다. 젊은 시절 자동차 관련 잡지를 구독하시기도 하고, 고등학교 때 면허도 따시고 열심히 돈을 모아서 오토바이를 사셨다고도 한다. 구입한 다음 날 밖에 나와보니 누가 훔쳐갔다는 슬픈 이야기가 있긴 하지만, 오토바이 사고 등 흉흉한 이야기에 대해 많이 들은 나로써는 어쩌면 다행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 아버지의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었겠지만 말이다.

 

나도 어릴 적에 아버지를 따라 밖에 나가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된 차들을 보며 이름을 외우곤 했다. 어째서 이게 시작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버지께서 차 이름을 알려주시고, 이후 내가 알아보는 것이 기특해서 종종 그런 시간을 가지신 것이 아닌가 싶다. 종종 밤 중에 바깥에 나가 차 이름을 배우곤 했다.

 

내가 본격적으로 차와 가까워진 것은 아마 운전 면허를 따면서인 것 같다. 3년 전 여름, 아버지의 말씀도 있으시고 나도 나중에 차를 몰려면 면허 정도는 따놓는 것이 좋지 않으려나 하는 생각으로 운전 면허 학원에 등록했다. 배우고 시험을 치면서 심적으로 꽤나 부담되거나 힘들기도 했었는데, 그래도 장내기능 2번, 도로주행 1번 시험을 봐서 1종 보통 면허를 취득했다. 면허를 취득한 이후로는 아버지의 특훈(?)이 있었다. 면허를 따고 바로 혼자서 운전을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하셨고, 나도 마찬가지로 그렇게 느꼈기 때문에 아버지가 조수석에 타시고 옆에서 운전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이것저것 알려주셨다. 시내, 국도, 고속도로 그리고 주간, 야간 이렇게 3 * 2 총 6가지 경우에서 각각 10시간씩 총 60시간 강습을 목표로 잡으셨다. 시내에서는 지하차도를 끼고 하는 유턴이라든지, 지금은 터널이 뚫려서 많이 이용하지 않는 죽령고개에서 산길, 연속되는 급커브, 엔진 브레이크를 활용하는 방법이라든지, 커브를 돌면서 가속하는 타이밍 등 다양한 것들을 배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 아버지 나름대로 커리큘럼을 짜셨던 것 같다. 총 60시간이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신경쓸 것들이 적은 고속도로나 국도는 10시간을 전부 채우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이후로는 몇 번인가 혼자서 운전을 하기도 했다.

 

이외에는 드라이빙 센터에 따라가서 각종 프로그램들에 참여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인천의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비기너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것 같다. 비기너 팩은 증서가 따로 안 보이는데, 면허 취득이 2020년 8월 4일이고 스타터팩 참여가 2020년 9월 20일이니 아마 이 사이일 것 같다. 비기너 프로그램은 잘 따라갔는데, 스타터팩은 트랙을 그렇게 잘 타진 못해서 이수증을 못 받고, 참여증만 받았다. 아마 1~2년 정도 운전 경력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다보니, 1달차가 따라가기에는 조금 힘든 부분도 있지 않았나 싶다. 그래도 이런 것들을 하면서 시트 포지션이라든지, 브레이크를 끝까지 밟고, 풋 레스트에 둔 발로 지탱한다든지, 시야 처리, 오버스티어에 대해서 카운터 스티어를 넣는 방법 등 다양한 것들을 배웠던 것 같다.

 

이후에는 인제 스피디움으로 가서 현대 드라이빙 아카데미 Level1을 이수하였다. 해당 프로그램에 대해 찾아보니 아마 아반떼를 탔던 것 같은데, 미니 쿠페S나 BMW 3시리즈와 비교하면 확실히 가속 등에 대한 반응이 조금 아쉬운 느낌이었던 것 같다.

 

1년 후에는 BMW 드라이빙 센터의 스타터 팩에 재도전했고, 이전의 경험도 있고 경력도 쌓여서 그런지 생각보다 수월했다.

 

시간이 조금 지나 올해 2월에는 M코어에 참여하여 이수증을 받았다. 프로그램 중간에 드리프트가 있는데, 차를 지속적으로 미끄러트리는 것이 상당히 어려웠다. 핸들을 풀었다가 다시 감아야 하는데, 이 타이밍을 놓치기 일쑤였다. 그래도 미끄러지는 상태를 1번 정도는 이을 수 있었다. 보통 처음 하는 사람들은 미끄러트리는 것도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에 비하면 굉장히 잘 한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트랙을 타는 실력도 많이 늘었던 것 같다. 이때 파악한 나의 문제는 너무 완벽하게 코너를 돌려는 것이었다. 코스를 따라가다보면 콘이 있는데, 콘에 잘 붙이고 최대한 커브를 잘 틀기 위해 그곳에만 집중하다보니 다음 구간에 대한 인지가 늦어져서 대비 또한 늦어졌다. 완벽하게 하려는 생각을 접어두고 현재 코너는 주변시를 활용하고, 다음 지점을 보며 트랙을 타니 확실히 실력이 많이 느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무튼, M코어는 다행히도 한 번에 이수증을 딸 수 있었다.

아버지께서 인텐시브라는 프로그램도 같이 하자고 몇 번 그러셨는데, 가격도 너무 비싸고 거의 하루종일 하는 프로그램이다보니 체력적으로 부담이 클 것 같아서 여러 차례 사양했다. 다른 프로그램들도 가격이 꽤 나가는 편이었지만, 나름대로 합리적인 가격이고 일반적인 상황에서 경험해보기 힘든 것들을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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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자동차 구조나 정비에 관한 지식도 얕게나마 알고 있다. 아버지께서 엔진 오일을 교체하시는 작업을 도운 경험이 있는데, 당시에는 지식이 많이 없어서 단순히 옆에서 보조하는 역할을 했다. 시간이 지나서 Car Mechanic Simulator라는 게임을 접하게 됐는데, 차의 문제를 점검하고 고장난 부품을 교체하거나 수리하여 돈을 버는 자동차 수리공을 체험해볼 수 있는 게임이다. 약 10대 정도의 차를 완전 분해했다가 다시 조립하면서 자동차의 구조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아버지께 이 얘기를 했는데, 한동안 자동차의 구조라든가 원리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엔진이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옛날 엔진부터 최근 엔진까지, 전륜구동이나 후륜구동, 이에 따른 엔진의 위치라든지, 이런 것이나 브레이크를 밟을 때 유압으로 도움을 준다든지, 핸들을 돌릴 때 도움을 받는 파워 스티어링이라든지, 여러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게임에서 정비하는 모습을 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시기도 했는데, 신기하리만치 다 알고 계셨다. 게임 내에서 디스크 브레이크에 일반 디스크 브레이크와 디스크 브레이크 환기 라는 게 있는데, 실제 명칭은 Ventilated Disc Brake라고 한다. 환기가 되도록 구멍을 뚫어서 디스크 브레이크의 열을 더 잘 식혀줄 수 있는 디스크 브레이크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것 이외에도 이런 것들에 대해서 물어보는 것마다 하나하나 너무 잘 알고 계시고 많이 얘기를 해주셔서 좀 놀라기도 했고, 많은 궁금증이 해결되었던 기억이 있다. 이전부터 기계 장치 등에 관심이 많으셔서 이것저것 기계들의 동작 원리를 알려주시기도 하셨는데, 그런 성향에 대해 확실하게 잘 느낄 수 있었다. 나도 이런 지식들을 자주 들어 많은 것들의 원리를 알게 되었고, 덕분에 새롭게 접하는 것들에 대해서도 금방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마지막으로 F1과 관련된 이야기를 빼놓을 수는 없겠다. 아버지께서 자동차에 관심이 많으시다보니 F1 경기도 종종 챙겨보신다. 특히나 올해부터는 쿠팡플레이에서 중계를 해주기 때문에, 내가 가입한 쿠팡 계정으로 종종 보시곤 한다. 나는 어렴풋이 정도로밖에는 기억이 안 나지만, 약 10년 전 쯤에 국내에서 치뤘던 F1 경기장에도 갔었다고 한다. 아무튼, 나도 종종 옆에서 경기를 지켜보곤 하는데 그러면서 Qualifying 1, 2, 3와 본선의 구조, 그리고 스프린트 등 F1 경기의 흐름에 대한 설명을 듣기도 하고, DRS나 헤일로, 세이프티 카 관련 내용이라든지, 피트인 관련 전략이든지 등의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지금은 아는 내용이라서 옆에서 그냥 같이 경기를 지켜보곤 한다. 저번 주에 했던 경기도 보았는데, 최근에는 레드불이 상당히 강세인 것 같다. 아마 드라이버의 실력도 좋긴 하겠지만, DRS를 켜지도 않았는데 직선 코스에서 페라리를 추월하는 모습을 보며 페라리 선수들에게 연민의 감정이 느껴졌다. 더 좋은 차가 앞으로 나가는 것은 당연하지만, 선수 입장에서 불합리하게 느껴지진 않을까, 싶었다. ㅋㅋㅋ. 이후에도 거의 30초에 가까운 차이를 내며 달려나가는 모습에 조금 맥이 빠지기도 했다. 그래도 선수들이 치열하게 달리는 모습과 엎치락뒤치락 하는 모습, 세이프티카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피트에 들어가지 못하는 선수들을 보기도 하면서 재밌는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이 이야기는 취미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이야기지만, 차의 기능 고장으로 사고가 날 뻔한 경험이 있다. 아마 약 2년 전의 일인 것으로 기억한다. 아버지께서 차를 바꾸시면서 이전에 쓰시던 차를 할아버지께서 사용하셨는데, 할아버지께서 나이가 드시면서 운전을 안 하시게 되고 내가 면허를 따다보니 차를 내가 쓰게끔 해주시겠다고 하셨다. 차에 ABS 관련 노란등이 들어와서 공식 서비스 센터에 맡겼는데, 계속 같은 문제가 지속되고 빨간등까지 들어오기도 했다. 마지막 수리를 맡겼을 때는 몇km의 테스트 주행도 마치고 이상이 없다고 들었는데, 차를 끌고 고속도로로 진입하려는 찰나에 차의 액셀이 반응하지 않는 증상을 겪었다. 액셀을 밟아도 2~3초간 아무런 반응이 없다가 갑자기 RPM이 치솟으면서 차가 급발진하는 증상을 겪고 아 이건 뭔가 잘못됐다 싶어서 차를 유턴시켰다. 돌아오는 길이 2차선 길이었는데, 교차로 너머 횡단보도 앞 2차선에 트럭을 세워둔 것을 늦게 인지해서 교차로를 지나가면서 1차선으로 끼어들어야 했다. 1차선에서 오던 차가 택시였는데, 처음에는 기다려주다가 내가 머뭇대니 갑자기 속도를 확 내면서 지나갔다. 나는 그때 액셀을 밟아도 반응이 없어서 제발 앞으로 가달라고 빌고 있었다. 확 튀어나오는 택시를 보며 이거 잘못하면 사고나겠다 싶어서 핸들을 급히 반대로 꺾고 브레이크를 밟았던 것 같다. 아마 그 상황에서 RPM이 튀면서 차가 급발진했으면 사고가 났을 것 같다. 시내라서 속도가 빠르진 않았지만 위험한 순간이었다. 다행히 이후로는 집에 오면서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고, 이 차는 곧바로 폐차를 했다. 10년 가까이 썼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관리가 잘 되어있어서 겉으로 보기엔 깔끔했지만 내부 회로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이미 수리비를 꽤 들였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중고차 값보다 더 많은 돈이 들어갈 가능성이 농후하여 폐차를 선택하셨던 것 같다.

 

 

 

이전까지 딱히 의식하고 있진 않았지만, 자동차도 분명히 내가 가지고 있는 취미 중에 하나라는 것을 느꼈다. 엄청나게 관심이 많거나 아주 즐기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어느정도 흥미를 가지고 즐기는 취미이고, 무엇보다 아버지와 공통의 관심사로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좋은 취미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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