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을 쇠고 오늘 새벽에 집에 도착했다. 잠에 들기에 충분한 피로였지만 설 동안 낮잠을 많이 자서 그런지 쉽사리 잠에 들지는 못했다. 눈을 뜨니 오후 3시쯤 되었는데, 2시에 JLPT 결과가 발표되었다고 문자가 와있었다. 복원된 문제를 바탕으로 얼추 점수를 매겨보니 합격점에는 충분히 도달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래도 결과를 보기 전엔 조금 떨렸다. 다행히도 결과는 합격이었다. 한자가 모르는 게 좀 많이 나와서 언어지식 점수가 아쉬웠지만, 2개월 공부한 것 치곤 비교적 만족스러운 점수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이번엔 JLPT를 따게 된 계기나 공부한 방법에 대해서 적어보려고 한다.
JLPT를 따게 된 계기를 먼저 말하자면, 지금으로부터 약 4개월 전인 2022년 9월 말 경, 슬슬 코딩테스트도 어느정도 준비했겠다 취업을 준비하려는 찰나에 JLPT 추가 접수 기간이라는 문자가 왔다. 이전부터 JLPT에 관심이 있었던 나는 JLPT 시험에 도전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 10년 이상의 오타쿠 생활로 일본어는 어느 정도 가능한 수준이었지만, 이를 증명할 방법이 없는 것이 조금 아쉬웠기도 했고, 길진 않지만 공백기에 뭐라도 했다고 어필하기에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개발자한테 JLPT는 쓸모없다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여태까지의 경험을 토대로 미루어 봤을 때 쓸모없는 경험은 없고, 이 경험은 어떤 형태로든 나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공부를 한 방법은 사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별로 참고가 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 원래부터 애니메이션 정도의 쉬운 내용은 90%정도는 알아들을 만한 수준이었고, 번역같은 것도 간단한 수준에서 하곤 했으니 이미 어느정도 베이스가 깔려있었다고 볼 수 있겠다. 내 약점은 오타쿠들이 으레 그렇듯 한자였는데, 한국에서 배운 한자나 정말 자주 쓰이는 한자 몇몇을 제외하고는 거의 읽지를 못했다. 그나마 앞뒤의 히라가나를 토대로 뜻을 유추하는 정도였다. 그래서 N1은 공부할 양이 많을 것 같아 N2를 볼까 N1을 볼까 고민을 조금 했었는데, 결정하기 전에 먼저 N1 기출 문제를 풀어보기로 했다. 조금 쉬운 난이도라는 2012년 문제지만 가장 걱정이었던 언어지식 파트에서 반타작이 조금 안되게 맞춰서 N1도 도전해 볼 만하다고 느꼈다. N1을 보기로 마음을 먹은 후 곧바로 서점에 가서 친구가 추천해준 책을 사왔다.
다락원의 JLPT 한권으로 끝내기 라는 책인데, 단어장도 있고 모의고사도 있는 게 매력적이었는데 정작 이것들은 보지도 않았다. ㅋㅋㅋ. 일단 책 내용은 언어지식, 독해, 청해 순으로 되어있었는데 청해는 총 477페이지 중 35페이지로 양이 조금 적어서 따로 공부를 해야되는 게 조금 아쉬운 부분이었다.
네이버 일본어사전
JLPT 등급별 단어,발음듣기,일본어 필기인식기,히라가나/가타카나 문자판 입력기,단어장 제공.
ja.dict.naver.com
먼저 한자를 공부한 방법은 책의 처음 부분에 한자를 몇 개 알려주고 한자와 관련된 문제들이 나오는데, 이것들을 읽으면서 모르는 한자들을 네이버 일본어 사전의 필기 입력기로 검색하고, 모조리 저장했다. 처음엔 한자 단위로 저장했는데 아무래도 한자에 따라 읽는 방법도 달라지고 한자 자체를 외우는 것 보다는 단어를 외우는 것이 효율이 좋은 것 같아 중간부터 단어 단위로 저장했다.
그렇게해서 저장한 단어가 총 2100개 가량 된다.
일정 이상 단어가 모이면 순서는 랜덤, 미암기 단어만 나오게 해서 외웠다. 외울 때는 주로 핸드폰으로 왼쪽의 히라가나를 가리면서 외웠다. 확실히 외운 단어들만 제하다보니 미암기 단어가 1000개가 넘어가기도 했는데 최종적으로는 800개를 남겨두고 시험을 본 것 같다. JLPT의 한자 문제는 기출에서 많이 나오는 편이기 때문에 기출 한자를 위주로 외우는 것이 좋은 것 같다.
[기출] JLPT N1 N2 N3 역대 기출 모음 - 일어 갤러리 (dcinside.com)
[기출] JLPT N1 N2 N3 역대 기출 모음 - 일어 갤러리
출처https://zhuanlan.zhihu.com/jpjlpt 등자세한 설명은 댓글로 하겠음.참고로2011년07월 기출은 공홈에 있는 2012년 발행 공식문제집이고,2016년12월 기출은 공홈에 있는 2018년 발행
gall.dcinside.com
인터넷을 찾아보니 문제들을 복원해놓은 역대 기출 문제 모음이 있는데, 보면 겹치는 문제들이 꽤 많이 나온다. 여기에 나오는 문제들을 다 풀고 외우면 한자는 충분히 합격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책을 보느라 기출 문제를 전부 풀지는 못했는데, 그래서인지 한자쪽에서 모르는 한자들이 좀 많이 나왔다. 2장에서는 단어를 무진장 많이 보여주는데, 여기에 나오는 한자들은 외우진 않았다. 그냥 두 번 정도 쓱 훑으면서 아는 단어들만 체크하고 넘어갔다. 단어들이 한자가 조합된 게 많다보니 어느 정도 공부를 하면 공부한 양 이상의 단어를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다음은 문법이다. 아마 처음 공부를 하는 사람이라면 문법부터 공부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문법은 대부분 아는 내용이었지만 생소한 문법도 꽤 많았다. 왜 이런 거지 이해가 안되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런 문법은 유튜브에 찾아보니 강의가 있었다.
내 기준 가장 좋은 강의는 出口日語라는 유튜브였다. 일본어로만 설명을 하지만 알아들을 정도만 되면 예문과 문제까지 보여주며 친절하고 자세하게 설명을 해준다. 뭔가 옆집에 살 것 같은 친근한 이미지의 아저씨가 사근사근한 말투로 알려주셔서 듣기가 참 좋다. 내가 곤란을 겪었던 문법은 ~といったらない、~といったらありゃしない인데, 책에는 ありはしない가 안 나와있어서 이게 무슨 말인가 헷갈리기도 했다. 알고보니 ありゃしない는 ありはしない를 빠르게 발음한 거라고 한다. 추가로, ~といったらない에서 ない앞에 他に比べるものが가 생략된 듯한 의미라고 한다. 그렇게 듣고 보니 '더없이' 라는 표현과도 비슷한 것 같았다. 이런식으로 무작정 외우기보다 뜻을 이해하고 외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은 청해다. 청해는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최근에 애니를 별로 안 보다 보니 약간 힘들었다. 대강의 내용은 이해하겠는데 모르는 단어들이 좀 나와서 책에 있는 문제를 풀 때 많이 틀렸다. 그래서 청해도 따로 공부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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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해는 일본 뉴스를 보면 도움이 될 것 같아 일본어로 된 뉴스를 많이 봤다. 자막도 어느 정도 달려있고, #あらいーな라는 태그로 검색해보면 홈쇼핑 같은 것도 있어서 재밌게 볼 수 있다.
NHK | 日本放送協会
NHKの公式ホームページ。ニュース・気象災害情報や、朝ドラ・大河・紅白などさまざまな番組紹介をお届けします。イベント案内・受信契約の受付・経営に関する情報などもご覧いただけ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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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일본 기사들을 보면 뉴스에서 사용하는 단어들도 공부할 수 있다.
P丸様。
イラストと声で遊んでるひとです 仲良くしてください🐣 Twitterで話しかけてくれると喜びます!!!!! Twitter▼▽ https://twitter.com/p_ma_ru サブ垢▼▽ https://www.youtube.com/channel/UCjMoVy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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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유튜브에서 영상을 보면서 쉴 때 일본어 위주로 영상을 보는 것도 도움이 됐던 것 같다. 이때 P마루사마의 채널을 접하게 됐다. 내가 본 채널들은 주로 자막이 달려있어서 듣기 연습 겸 한자 공부도 할 수 있었다.
참고로 일본어로 영상을 많이 보다 보면 유튜브의 저 부분에 있는 KR이 JP로 바뀐다. 일본어 위주로 영상을 보다보니 일본어 영상 위주로 추천해주는 것 같다. 지금은 한국 영상들을 많이 보다보니 원래대로 돌아왔다.
キャラクター一覧 | ウマ娘 プリティーダービー 公式ポータルサイト|Cygames (umamusume.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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ウマ娘 プリティーダービー公式ポータルサイトです。メディアミックスコンテンツ『ウマ娘 プロジェクト』に登場するキャラクターを紹介しま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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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koi: Golden Loveriche on Steam
Kinkoi: Golden Loveriche is a Japanese-style visual novel produced by Saga Planets, a Japanese developer of romance VNs. The game won numerous awards in the year of its release in Japan for its art, music, characters, and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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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는 좋아하는 서브컬처를 통해 공부하기도 했다. 당시에 플레이했던 우마무스메 관련 내용을 일본어로 찾아본다든지, 예전에 플레이했던 미연시를 일본어로 플레이하기도 했다. 좋아하는 것을 통해서 공부를 할 수 있으면 조금 더 의욕이 나기 마련이다. 미연시는 다시해도 재밌어서 의욕이 나긴 했는데, 내용이 궁금하다보니 단어들을 추가하면서 진행을 빠르게 하니 한자들이 너무 많이 쌓여서 곤란하기도 했다.
독해 관련 내용이 빠졌는데, 독해는 따로 공부하진 않았다. 우리나라의 국어 지문과 비슷했던 것 같다. 내용 자체가 크게 어렵진 않고 단어만 알면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심지어 단어를 몰라도 내용의 흐름에 맞춰서 적당히 끼워넣으면서 읽으면 대강 맞는다. 정답률이 그렇게 나쁘지 않아서 따로 문제를 풀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기출 문제를 푸는 정도의 공부는 했다. 가장 시간을 많이 쏟은 언어지식이 제일 낮은 점수를 받고 제일 공부를 하지 않은 독해 점수가 가장 높게 나온 것이 조금 아이러니하긴 하다.
아무튼, 합격을 하고 나니 2023년을 기분 좋게 시작하는 것 같아 꽤나 기분이 좋다. 예상보다 결과가 일찍 나왔는데, 취직을 먼저 할지, 블루 아카이브 팬게임을 먼저 완성할지 고민이 된다. 아마 타 회사의 팬게임을 포트폴리오로 쓸 수는 없는 노릇이니... 지금은 유니티 활용 능력을 가꾼 것에 만족하고 취직에 힘을 쏟고 나중에 마저 만드는 편이 나을 것 같다. 게임잡에서 알아보는 와중에 블루 아카이브 공고를 봤는데, 글로벌 개발실? 클라이언트 프로그래머에서 그냥 클라이언트 프로그래머로, 자격 요건도 3년에서 2년으로 낮아진 것을 보면 아무래도 일섭 개발에 일손이 더 필요해진 것 같다. 얼마 전 2주년 업데이트로 최종장 등 많은 콘텐츠들을 발표했던데, 그 탓인 것 같다.
아까 글을 써놓고 마무리를 못해서 벌써 4시 반이 됐다. 친구들과 MBTI 얘기를 잠깐 하다가 어차피 자신이 하면 자신이 원하는 모습이 나오는 것이라며 서로의 MBTI를 해주었는데, 이게 꽤나 재미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모습과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나의 모습의 차이를 알 수 있었다. 두 친구는 S와 N이 바뀌었는데, 재밌게도 나는 똑같이 나왔다. 이와 관련한 얘기도 간단하게 써보고 싶다. 오늘은 이런저런 일들이 있어서 개발은 하지 못했는데... 뭐 어떤가. 이런 날도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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