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훈련소 25연대 3교육대에서 11/23 ~ 12/14 기간 동안 훈련을 받고 이틀 전에 수료를 했다.
당일날 바로 글을 쓰고 싶었는데 뭐 이것저것 하고 금요일엔 출근도 했다보니 조금 늦어지게 된 것 같다.
우선 이 글을 보게 될 사람들 중 가기 전에 궁금해서 검색해보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아 준비물에 대해서 정리해보고자 한다. 간단한 물품 목록과 상세한 이유를 적을 예정이다. 필요에 따라 읽는 것을 추천한다.
준비물
준비물에 들어가기 전에 앞서, 준비물을 챙겨간다면 넉넉하게 챙겨가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각자가 생각하는 "이정도면 충분하겠지?" 라고 생각하는 수치가 얼추 맞을 수 있다. 하지만 부대 내에서는 물품을 구하는 것이 상당히 제한적이고, 생활관 내에서 같이 생활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보다는 "이 정도까지 쓰려나?" 정도로 챙겨가는 것을 추천한다. 양을 타이트하게 가져간다면, 내가 써야한다는 생각에 남에게 선뜻 내주기가 어려울 수 있다. 안 주면 그만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나에게 밴드가 있고 앞에 찰과상을 입어 아파하는 전우가 있는데 어떻게 내어주지 않을 수 있겠는가? 감기에 걸려 고통에 떠는 전우를 눈 앞에 두고 볼 수 있을까? 남한테 내어주고 오히려 내가 부족해지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이런 일은 자주 발생하진 않지만 이럴 때 1~2개 정도는 선뜻 내어줄 수 있을 정도로 여유있게 가져가는 것을 추천한다. 고작 몇 백원 정도의 가치를 가진 물건으로도 사람들에게 큰 호감을 살 수 있다. 혹시라도 남으면 나올 때 가져와도 되고, 짐이 많다면 남 주거나 버려도 된다.
필수 준비물: 없음
정말 필수적인 것들은 입영하면 다 준다. 입영통지서 지참하라고 하는데 필요없다. 다만 하단에 있는 "어느 병무청에서 부른 것인지" 정도는 알아두면 좋다. 입영하러 가면 소속 병무청 별로 모이는데, 나는 신검을 서울지방병무청에서 받았지만 회사 소속이 다른 지방 병무청이라 해당 병무청이 모이는 장소에 모였다. (통지서에 적힌 병무청 위치로 가라고 얘기해준다)
신분증이나 나라사랑카드도 없어도 상관없다. 종이에 개인정보 적으라고 하고 어떻게든 처리해준다. 다만 있으면 조금 더 빠르게 처리가 된다. 중간에 PX도 가야되니 나라사랑카드 정도는 챙겨가는 것을 추천한다. 입영할 때는 나라사랑카드>신분증이다. 나라사랑카드는 기계에 찍으면 바로 처리되는데 신분증은 조금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준필수 준비물: 나라사랑카드, 안대, 귀마개(이어플러그), 손목시계, 캐리어
없으면 상당히 힘들어질 수 있는 물건들이다.
나라사랑카드는 입영할 때 쓰는데 없으면 절차가 번거로워질 수 있으며, 중간에 PX도 들러야 하고, 현재는 휴일에 1시간씩 핸드폰을 사용할 수 있지만 혹시 그린비를 쓸 생각이 있다면 챙겨가는 것이 좋다.
안대는 평소에 안 끼고 자는 사람들에게도 필요하다. 군대에서는 밤에 "취침등" 이라는 것을 켜고 잔다. 불을 꺼놔도 어느정도 식별이 가능한 정도의 밝기의 등을 켜둔다. 이유는 아마도 불침번을 서는 사람들이 생활관에 들어가 인원 체크를 하는데 이걸 용이하게 하기 위함이 아닐까 싶다. 특히나 2층 침대를 쓴다면 상당히 거슬릴 수 있기 때문에 챙겨야 한다. 또, 첫 주말을 제외한 주말에 시간이 널널한 경우, 특히 마지막에 가까워질수록 누워서 잠을 자도 터치하지 않는데 이런 경우에도 있으면 좋다.
귀마개(이어플러그)는 꼭 챙겨갔으면 좋겠다. 나는 코골이랑 상관없이 잘 잘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아버지가 코를 조금 고시고, 여행 등의 이유로 종종 같이 잘 때 별 무리없이 잤는데, 한 생활관에서 10명 이상의 사람들이 같이 자는데다가, 체중 과다 공익들의 경우 코골이 소리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에 (바로 옆에서 트럭이 굴러가는 느낌이다) 꼭 챙겨가길 바란다. 사격할 때 이어플러그를 주기는 하지만 질이 굉장히 좋지 않다. 끼기도 힘들고 소음도 거의 차단이 되지 않는다. 추천하는 제품은 다이소에서 파는 2,000원 짜리 3M 이어플러그 고급형. 흔히 "보라색 귀마개"라고 불렀다. 누르면 꽤나 긴 시간 수축되기 때문에 착용이 용이하고 소음 차단 효과도 우수하다. 넉넉하게 가져가는 것을 추천한다. 자다보면 귀에서 빠져 바닥에 떨어질 수도 있고(이 경우 아침이 되기 전까진 못 찾는다고 봐야 한다), 안 가져온 사람들에게도 나눠주거나 하다보면 8개짜리도 그리 많지는 않다. 플라스틱으로 된 보관통은 있으면 편리하다. 나는 8개짜리 하나를 사갔는데 4개&보관통 + 8개짜리를 사가면 윤택하게 살 수 있을 듯.
손목시계도 있으면 정말 좋다. 나는 손목시계가 불편해서 평소 차지 않는데, 안 차고 갔으면 굉장히 불편했을 것 같다. 추천하는 제품은 흔히 "군인시계"라고 부르는 카시오 F-91W, 형이 쓰던 제품인데 몇 년간 쳐박혀있었음에도 불구하고 2~3분 밖에 차이나지 않고, 밤에 볼 수 있게 약한 불빛도 켤 수 있다. 얇고 가벼운데다가 생활 방수도 되기 때문에 만원대라고 생각하기 힘든 훌륭한 제품이다. 군대는 거의 시간이 정해져서 돌아가기 때문에 시간을 확인할 일이 많다. 생활관에 시계가 있기는 하지만 자리에 따라 보기 불편할 수도 있고, 훈련 나가서도 시계를 봐야하는 경우가 있기도 하고, 불침번을 설 때도 시계를 봐야하기 때문에 없다고 죽진 않겠지만 짜증날 수는 있다. 사회에서는 폰을 꺼내서 시간을 확인하면 그만이지만 군대에서는 폰을 볼 수 없으니까.
캐리어는 없으면 굉장히 불편할 수 있다. 처음에는 캐리어가 맞나? 싶기도 했는데 다들 캐리어 캐리어 하길래 별 의심없이 끌고갔다. 거기 있는 인원 중 90%가 캐리어를 끌고 왔었다. 안 들고온 사람이 훨씬 적었다. 돌아올 때 챙길 짐이 꽤 많기 때문에 캐리어가 있으면 굉장히 편리하다. 입영 후 부대까지 걸어가거나, 수료식 때 짐을 들고 이동해야 하는 등 캐리어가 없으면 불편할 수 있다. 또, 캐리어가 있으면 생활관 내에서 보관 장소가 하나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챙겨가는 것을 권장한다.
추천 준비물: 상비약( 타이레놀, 이부프로펜, 근육통약, 목감기약), 밴드, 물티슈, 펜&수첩, 세면도구(칫솔, 폼클렌징, 샴푸, 면도크림), 로션, 텀블러, 충전기?
상비약은 사실 없어도 괜찮긴 하지만 챙겨가는 것을 추천한다. 정 아프면 타이레놀 정도는 구비를 해놓기 때문에 받아먹을 수 있지만 얘기하러 가는 것이 번거로울 수 있고, 다 떨어져서 없을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렵다. 또는 아픈 경우 의무과, 지구병원, 대전병원 등 병원에 갈 수는 있지만 매일 정해진 시간에만 진료가 가능하기에 미리 얘기를 해놓고 몇 시간 혹은 하루를 기다려야 한다. 주말에는 정해진 인원만 가능한 등 제한이 많기 때문에 상비약은 구비를 해두는 것을 추천한다. 인터넷에서 뺏는다 어쩐다는 얘기도 봤는데 우리는 그런 얘기는 전혀 없었다. 핸드폰이나 담배, 마약이나 칼같은 위험 물질(이런 건 갖고 있다가 걸리면 퇴소당할 수 있음) 등을 제외하고는 딱히 뭐 가져온 사람 제출하라는 얘기는 전혀 없었다. 가방을 뒤져보지도 않는데다가 걸린다고 퇴소를 당할 일도 없다. 기껏해야 경고 조치인데 조교들 입장에서도 훈련병들이 상비약을 가져오면 편해질테니 굳이 터치할 일은 없을 듯. 우리는 나가서 아프다고 하면 혹시 약 가져온 거 없냐고 먼저 물어보기도 했다. 추천하는 약은 타이레놀, 이부프로펜, 근육통약, 목감기약. 타이레놀은 가장 보편적인 진통제이고, 이부프로펜도 진통제이지만 소염 효과가 있어서 감기 등에 타이레놀에 비해 효과가 좋다. 걷거나 몸을 쓰는 일이 많기 때문에 근육통약도 따로 가져가면 좋을 듯. (나는 이부프로펜으로 대용했는데 근육통용 약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느꼈다.) 목감기약은, 흔히 논산병이라고 하는 병이 있는데, 생활관에서 1명이 감기에 걸리면, 하루종일 같이 다니고, 밥 먹고, 잠을 자기 때문에 무조건 옮을 수밖에 없다. 의무과에 갈 수는 있지만 아픈 상태로 꽤나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가져가는 것을 추천한다. 코로나도 많이 퍼지기 때문에 (우리는 처음부터 대략 절반이 격리당했었고, 중간중간 한 생활관씩 격리를 당했었다.) 의무과에 가기 전까지는 버틸 수 있도록 약이 있으면 좋다. 생활관 내에 아픈 사람이 있으면 줄 수 있도록 넉넉히 가져가는 것을 권장한다. 나는 혹시 몰라 타이레놀 20알, 이부프로펜 10알을 가져갔는데(돌아보면 타이레놀 10알, 이부프로펜 20알을 가져갔어야 했다) 아픈 사람들한테 줄 때마다 굉장히 고마워했고, 그러고도 남을 만큼 충분했다.
밴드가 필요한 이유는, 찰과상이 상당히 많이 발생한다. 장구류를 만지다보면 쓸리거나, 단추가 잘 안 풀려서 힘을 주다 보면 베이는 경우도 있고 손이 까지는 일도 엄청 흔하다. 더러운 것들도 많이 만지다보니 손에 물마를 날도 없어서 방수 밴드를 가져가면 좋다. 나는 10개를 가져갔는데 생활관 내 다른 전우한테도 주고 하다보니 꽤 부족했다. 20개 정도면 충분할까까진 몰라도 부족하진 않을 듯. 없어도 어찌저찌 살아지지만 상비약과 마찬가지로 넉넉히 챙겨가면 좋을 듯 하다.
물티슈는 생각보다 많이 사용한다. 사회에서도 종종 사용하는데 군대 내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장구류를 닦을 때 사용할 수도 있고, 이불이나 베개, 2층 침대라면 사다리에 흙이 묻거나, 손도 자주 더러워지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닦을 수도 있고, 항상 화장실을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있으면 굉장히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100개짜리 1팩 + 휴대용 작은 거 1팩 정도면 충분한 듯. (남 조금씩 주면서도 다 못썼다) 처음엔 좀 쓰다가도 중간쯤 되면 더러운 것에 익숙해지기 때문에 생각보다 사용량이 많지는 않다. ㅋㅋ.
펜&수첩은, 안에서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기도 하고, 궁금했던 것들, 나가면 하고 싶은 것들이나, 먹고 싶은 것, 일기, 메모 등을 적을 수 있어서 좋다. 가끔 지시사항 전달할 때 펜과 수첩을 갖고 나오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일정표와 급식표도 1장씩 줬는데, 나는 매 번 그걸 보기가 번거로워서(가지러 가야 하고, 남들도 다 보기 때문) 수첩에 옮겨적으며 그걸 꺼내보기도 했다. 크기는 휴대할 수 있을 만큼 작은 것을 추천한다. (손바닥 정도 사이즈)
세면도구는 없어도 되지만 있으면 좋다. 기본으로 제공해주는 것은 치약, 칫솔, 비누, 면도기, 샤워타올이다. 치약이야 상관없지만 칫솔이 완전 "기본템"(여행가면 호텔에 있을 것 같은 1회용 칫솔 느낌)이라서 이가 잘 안 닦인다. 씻는 시간도 넉넉하지 않아 양치질을 꼼꼼히하기가 어렵다. 때문에 나는 첫 PX를 가서 칫솔을 제일 먼저 샀다. 폼클렌징은 갖고 가서 매 번 쓰긴 했는데 평소 잘 쓰지 않는다면 안 가져가도 무방할 것 같다. 샴푸도 가져가면 좋고, 면도크림도 주지 않기 때문에 가져가는 것을 추천한다. (200ml 한 통이면 될 지 모르겠다.) 애프터셰이브는 가져갈까 고민했는데 없어도 별 문제 없었다.
로션은 얼굴에도 바르고, 손도 굉장히 건조하고 까지고 트기 때문에 (겨울이라 더 그랬던 것 같다) 가져가는 것을 추천한다. 범용적으로 쓸 수 있는 것을 추천한다. (올인원?)
텀블러도 가져가면 좋다. 안에 정수기가 있는데 컵을 주긴 하지만 컵이 좀 더럽고 마실 때마다 정수기까지 가야해서 텀블러에 담아놓으면 편리하다. 다만 음료수나 생수통 등 받은 뒤에 활용해도 무방할 듯. 나는 그런 것들 활용해서 가루 음료수를 타놓고 먹곤 했다.
충전기는 안에서 핸드폰 사용할 때 필요할 수 있으니 가져가면 좋다. 보조배터리도 괜찮다. 다른 곳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보조배터리는 가지고 있으라고 했다. 보조배터리가 더 편리할 듯. 이어폰도 챙겨가면 좋다.
그 외 준비물: 가루 음료&과자류&젤리, 휴지, 수건, 종이 섬유유연제, 면봉, 팔꿈치/무릎 보호대, 책
가루 음료&과자류&젤리 등은 가져가면 좋을 것 같긴 한데 아마 원칙적으로 음식물은 가져가면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가루 음료도 포함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안 들키면 그만이다. 걸려도 경고 조치나 옐로우 카드(보통 간단한 잡일 시킨다) 정도일 듯. 나는 아예 안 가져갔었는데 가루 음료는 가져온 전우들도 있었다. 과자류나 젤리는 갖고 가라는 얘기가 많았다고. 가져가서 문제는 없었겠다 싶은데 어차피 안에서 부식 이것저것 많이 챙겨주기 때문에 굳이?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갖고 갈거면 가루음료 정도만 추천한다. 이것도 가능하면 넉넉히... 나만 타먹기도 좀 그렇고 남들 줘야하는데 누구는 주고 누군 안 주기도 좀 그렇고. 한 번 나눠주면 10개를 나눠줘야 하니. 40개면 조~금 아쉬울 수 있을 것 같고 100개면 차고 넘칠 듯. 안에서 생각보다 많이 안 마신다. 나는 가루 포카리를 사놓고 갖고가지 않았는데 약간 후회되긴 했다. 아이스티를 가져온 전우도 있었고, 나는 레모네이드나 믹스 커피를 PX에서 사기도 했다.
휴지는 안에서 나눠준다. 나는 두루마리 휴지 2개를 받았고, 1개를 챙겨갔었다. 3주 동안 1.5개를 썼다. 다만 감기걸린 전우가 휴지를 많이 써서 1개를 주었고, 남은 반 개는 화장실에 걸어놓고 나왔다. 겨울이고 감기 걸릴 수 있으니 여유분으로 1개 정도는 가져가도 무방할 듯. 안 쓰면 남 주거나 화장실에 걸어 놓으면 되니.
수건은 안에서 2장을 나눠준다. 모자라진 않았는데, 1~2장 정도는 더 가져가도 될 듯. 빨래를 2일에 1번 정도만 돌리다보니 쓴 수건을 다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몸에 물 닦는 정도로만 활용해서 걸어놓고 다시 쓰고. 그런 식으로 했었고 크게 불편함은 없었다. 다만 중간부터는 손빨래도 같이 했었는데 손빨래를 하고나서 잘 마르도록 물기를 뺄 때도 활용해서 수건이 한 장 정도는 더 있으면 좋겠다 싶기는 했다.
종이 섬유유연제는 샤프란을 썼었는데, 생긴건 물티슈같다. 물티슈 같은 걸 한 장 뽑아서 빨래할 때 넣고, 끝나면 빼는 식으로 사용했다. 향이 굉장히 강해서 관물대에 냄새나는 옷이랑 같이 넣어두면 냄새도 어느정도 빠졌던 것 같다. 생각해보니 페브리즈를 PX에서 산 전우도 있었는데 페브리즈를 가져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건조기가 영 시원찮으면 덜 말라서 냄새가 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 뿌려주면 좋을 것 같다. 솔직히 필요한지는 모르겠는데 사용하면 좋은 냄새가 나서 괜찮았던 것 같다.
면봉은 솔직히 필요없는 듯. 총 닦을 때 유용하다고는 했는데 막상 거의 쓰질 않았다. 처음엔 좀 썼는데 귀찮기도 하고, 그렇게까지 꼼꼼하게 닦을 필요도 없고 총기 닦을 시간도 그리 많이 안 줘서 안 쓰게 된다. 천원에 150개짜리를 사갔는데 10개 정도 쓰고 나머지는 남아서 다 버렸다.
팔꿈치/무릎보호대는 각개전투라는 것을 할 때 필수적인 것 같은데, 부대에서 나누어줬다. 다 주는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품질도 괜찮아서 안 갖고 갔는데도 별 문제는 없었다.
책은,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꼭 필요할지는 모르겠다. 특히 공부할 책은 별로 추천하지 않는다. 힘들어서 머리에 잘 들어오지도 않고, 대부분 생활관이 소란스럽기 때문에 혼자 조용하게 책 읽을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다. 나도 공부할 책 2권 두꺼운 것을 가져갔는데 이틀 정도 틈틈이 읽다가 포기했다. 그냥 머리 비우고 혹은 재미로 읽을 책을 들고 가는 것은 괜찮을 듯. 다만 책을 많이 읽기는 힘들 수 있기 때문에 2권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중대에 비치된 책을 빌려 읽을 수도 있기 때문에 안 가져가도 무방하다. 나는 빌려 읽은 책 중 흥미로운 것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가져가지 않은 것이 좋았던 것 같다. 지식공작소의 "다시읽는 국어책"이라는 책에서 "성취인의 행동특성 - 정범모" 라는 글을 우연히 읽게 되었는데, 이걸 보고 내가 성취인이구나 하며 나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혹시 궁금할까 말해주자면 처음에는 책을 읽을 시간을 가지기 힘들다. 바쁘기도 하고 초반엔 조교들이 조금 빡세게 기강을 잡기 때문에 처음 목, 금은 거의 못 읽는다고 봐야하고, 주말에는 읽을 시간이 있다. 다만 초반에 책만 읽고 있다보면 약간 겉돌 수 있기 때문에 생활관 사람들이랑 어울리는 것을 추천한다. (어차피 시간 지나면 자연스레 친해지긴 한다) 평일 중에서도 훈련이 있는 날에는 거의 못 읽는다고 봐야하고, 없는 날에도 뭔가 하는 것들이 있어서 책을 읽을 수 있을 만한 시간은 넉넉잡아도 하루 평균 1시간 정도 수준이지 않을까 싶다. 다만 중간중간 조교들이 일 시키고, 생활관 사람들이랑 잡담하고, 주말에 TV를 틀어준다든지 등을 생각해보면 온전히 책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이외에는 나의 경우 예비용 안경을 가져갔었다. 썬크림도 가져갔는데 겨울이라 햇빛도 강하지 않았던 것 같고 코로나로 인해 마스크도 쓰고 다녀서 딱 한 번만 썼던 것 같다. 거의 짐짝이었다.
이외에는 훈련소 관련 내용들을 적어보겠다.
전체 일정 요약
첫 목요일 2시까지 육군훈련소 입영심사대로 가게 된다. 가면 소속 병무청별로 모인다. 주변에 있는 사람과 같은 부대, 같은 생활관이 된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으면 좋다. 이곳에서 부대와 생활관이 정해지고, 교번을 부여받고(XX번 훈련병) 나라사랑카드로 찍으면 입영 절차가 완료된다. 걸어서 부대까지 이동한다. 처음 생활관에 들어가면 굉장히 삭막하고 조용하다. 웃음도 찾아보기 힘들다. 처음 들어가면 들어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알 수 없는 불쾌감이 깊은 곳에 있을 수 밖에 없으니 조심하는 것이 좋다. 이 때문에서인지, 부대 내에서는 첫 목, 금, 토, 일을 동화주간이라고 훈련병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최대한 편의를 봐준다고 했었다. 전투복을 입지 않고 생활복을 입으며(체육복 같은 것이다), 지시사항을 제대로 지키지 않거나 조금 흐트러지는 모습이 있어도 크게 뭐라하진 않는다. 모르는 것도 많아서 알려주는 게 많은 주간이다. 하루 이틀 지나면 익숙해지고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친해질 수 있다. 이때는 코로나 검사를 하거나, 간단한 제식을 배우거나, 생활관 내에서 방송으로 부대 내 생활 관련 교육을 듣는 등 간단하게 일과가 진행된다.
이후 첫 월요일부터 전투복으로 환복하고 본격적인 군대 생활이 시작된다. 적응이 되어서 크게 어렵진 않다. 월, 화, 수는 제식이나 총기 수여, 정신 전력(방송으로 교육하는 것이다)을 한다. 전투복이 익숙해질 때 쯤 목, 금에 사격 훈련을 한다. 이어플러그 좋은 것을 끼면 소리는 별로 크지 않다. 총을 묶어두고 총알을 주기 때문에 위험하지도 않다. 시키는대로만 잘 따르면 크게 어려운 것도 없다. 첫 날에 통과하면 2일차에는 나가지 않는다. 첫 날 1번, 둘째 날 2번의 기회를 주는데 참여만 하면 다 실패해도 보충 교육을 듣지는 않았다. 이후 주말에는 느긋하게 쉰다.
2번째 월요일에는 화생방 훈련을 했다. 정화통을 빼지 않기 때문에 가스 마실 일은 없으나 조금씩 새어들어오기 때문에 가스실에서 나와 시간이 지나면 얼굴이 따가워진다. 수통에 있는 물로 얼굴을 씻고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 전날에 마스크 세팅을 교육해주는데 이때 물티슈로 닦길 바란다. 굉장히 더러웠는데 내가 왜 닦을 생각을 안 했는지 모르겠다. 불만이 많았는지 우리는 나가기 전에 꼼꼼하게 닦고 검사했다.
화요일에는 전투부상자 처치, 수류탄 훈련을 받았다. 전투 부상자 처치는 지혈대 착용하는 법, 부상자 끌고가는 법을 배운다. 어렵진 않다. 수류탄 훈련은 던지는 방법을 배우고 몇 번 던져본다. 어렵지 않다.
수요일/목요일에는 각개전투 1일차(기초), 2일차(종합) 훈련을 받게 된다. 1일차가 기초라 쉬워보이지만 기초가 훨씬 빡세다. 이때 동작 연습을 한다고 땅바닥을 많이 구르게 된다. 난 수요일에 손목을 다쳐 병원에 가느라 목요일 훈련을 못 나갔지만 다른 전우들 말로는 목요일은 수요일에 비해 쉬웠다고 한다. 수요일에 배운 것들을 종합적으로 한 번 해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금요일에는 행군을 하게 된다. 행군에 겁을 좀 먹었는데 그냥... 산책이다. 다만 좀 길고... 몸이 많이 무거울 뿐... 우리는 열외를 해도 따로 뭐라하진 않았던 것 같다. 이로써 몸을 쓰는 힘든 훈련들이 끝난다. 이후 주말에 느긋하게 쉰다. 다음 월, 화는 첫 월, 화랑 비슷하다. 간단하게 제식을 하거나 정신전력, 총기 입고를 한다. 수요일에는 수료식 예행 연습을 하는데 이게 생각 외로 빡세다. 차렷 자세를 제대로 해야 하기 때문에 다리가 굉장히 후들거린다. 목요일에 수료식을 하면 훈련소 생활이 끝나게 된다.
생각보다 그렇게 길지 않고 의외로 시간이 금방 가며, 나름대로 재밌고 배우는 것도 많다. 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할 수 있을 만큼만 시키기 때문에 웬만하면 할 수 있다. 못 하면 차등제 교육(좀 쉬운 거)을 받거나 열외하는 방법도 있으니 겁먹지 않아도 된다. 훈련 시간 30시간을 채워야 하긴 하지만 일부러 힘들지도 않은데 빼는 것이 아닌 이상 어지간하면 채워진다.
하루 일과
평일
아침 6시 기상, 6시 15~20분까지 전투복으로 환복 후 집합, 점호.
점호는 인원 보고 후, 건강 상태 체크, 애국가, 복무 신조, 병영생활 행동강령, 육군가 or 육군훈련소가 제창, 국군도수체조, 뜀걸음을 실시한다.
이후 대략 7시쯤 식사를 한다. 식사를 하고 오면 세면/세족 시간이 주어진다. 모든 생활관에 시간을 보장해줘야 하기 때문에 30분~1시간 정도의 시간이 주어진다. 빨리 끝내면 잠시 쉴 수 있다.
이후 훈련이 있거나 하면 출동 준비를 한다. 가는 거리에 따라 조금 더 바쁜 날도 있으나 8시~9시 사이에 집합해서 훈련을 하러 간다.
9시부터 11시 반~12시 정도까지 훈련을 받고 점심 식사를 한다. 아침 식사와 동일하게 세면/세족 시간이 주어진다. 훈련으로 인해 야외에서 취식하는 경우(반합에 식사를 한다) 이런 시간을 주어지지 않는다.
이후 대략 1시부터 5시 정도까지 훈련을 진행한다.
6시 정도에는 저녁 식사를 한다. 저녁 식사 이후에는 샤워 시간이 주어진다. 꽤나 오래 걸린다. 야간에는 일정이 없는 경우가 많아서 이럴 때 여유 시간이 꽤 있다. 다만 내일 훈련을 나간다면 장구류 정비 혹은 교육을 받아야 하고, 총기 손질이라든지 잡일을 시키는 경우도 종종 있다. 9시가 되면 생활관과 담당 구역 청소를 15분 정도 진행한다. 담당구역은 세탁실이라든지, 복도, 화장실 등 돌아가면서 진행한다.
9시 25분 쯤에는 저녁 점호를 한다. 전투복으로 환복하고 생활관에서 인원 보고, 건강 상태 체크, 복무 신조, 병영생활 행동강령 제창을 한다. 지시사항 하달 등이 있고 이후에는 취침 전까지 미비된 동작을 실시한다.
10시부터 취침 시간이며, 소등을 한다.
6시까지 8시간이 취침 시간이 보장되지만 종종 불침번을 서야한다. 불침번은 그냥 1시간 동안 서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중간부터는 인원체크, 온도체크를 한다) 우리의 경우 처음에는 1~2일에 1번씩, 이후부터는 3~4일에 1번씩 불침번을 섰다. 총 5번을 섰다. 정각부터 정각까지 1시간씩을 선다. 처음(22시~23시)과 마지막(05시~06시)이 꿀이다. 04시~05시에 서게 되면 굉장히 힘들다. 내가 그걸 첫날 포함 두 번 섰다.
시간이 조금 유동적인 이유는 훈련장 장소에 따라서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훈련장이 가까우면 조금 느긋하게 움직이지만 훈련장까지 30분 혹은 그 이상 걸리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런 경우 일정이 약간 조정될 수 있다.
주말
아침 7시 기상, 7시 15~20분까지 생활복으로 집합, 점호.
평일과 점호는 동일하다.
대략 8시쯤 식사를 하고, 토요일에는 오전에 대청소를, 일요일에는 오전에 종교활동을 한다. 종교활동의 경우 무교인 경우 생활관에서 개인 정비 시간을 가졌다.(말하자면 휴식)
오후에는 보충 교육을 하거나(토요일, 훈련에 미참가한 경우)개인 정비&휴식 시간을 가진다. 꽤나 널널하다. TV를 틀어주기도 한다. 다만 많이 틀어주지는 않고 1~2시간 정도 틀어주고, 시킬 일이 있는 경우 TV를 끄도록 한다.
이후 6시부터 저녁 일정은 동일하게 진행된다. 주말은 10시~7시까지 9시간의 취침 시간이 보장된다. 단 불침번을 9명씩 서게 되는데 우리는 불침번 수를 맞추려고 그런 것인지 8명이 서고, 초번과 말번이 1.5시간씩 섰다.
생각보다 일과시간이 길지 않아서 힘든 훈련도 의외도 금방 끝나고, 규칙적이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
들어가기 전엔 전혀 모르고 있었지만 힘들었던 점
배식, 세척
안에서 밥을 먹으면 배식(밥 나눠주기)과 세척(밥 먹은 것 정리)을 해야한다. 이걸 돌아가면서 4끼씩 하게 된다. 이게 굉장히 힘들다. 나는 세척, 그 중에서도 짬통 버리는 것을 담당했다.
배식의 경우에는 양이 정해져 있는 메인 반찬을 일정한 수만큼 나누어주거나, 국을 떠주거나, 부식을 나눠주거나 등을 하고, 인원 조사를 하고 식판/식기를 채워주는 등의 역할도 하게 된다.
세척은 먹은 것을 설거지하고, 먹고 남은 음식물 쓰레기(짬)를 버려야 한다. 짬통을 맡는 경우 마지막 전까지 상대적으로 여유롭기 때문에 세척한 식기를 옮기거나 정리하는 등의 역할도 하게 된다. 1개 중대, 약 200명 분의 식사를 담당해야 하기 때문에 꽤나 고되다. 짬통은 꿀이라고는 하는데 내가 체격이 크지 않아서 상당히 힘들었다.(2층이라 무거운 짬통을 들고 계단을 내려가야 했다) 체격이 크다면 짬통이 꿀일 듯.
더욱이 나는 뭔가 꼬였는지 세척을 한 번 더하게 되었다. 3/14의 확률을 뚫고 배식or세척을 하게 되었고 그 중에서도 1/3 확률을 뚫고 세척을 하여서 짬통 버리기를 마지막 전 날인 수요일 밤에 한 번 더 하게 되었다...
환청
첫째 날에는 불침번을 서고 와서 잠을 못잤는데 둘째 날에는 자다가 "그 기상나팔 소리"를 듣고 깨면서 상당히 충격을 받았던 것 같다. 그날 밤에 자는데 귀마개를 끼고 조용한 속에서 정신 저 너머에서 기상 나팔소리가 조그마하게 들려왔다. 이외에도 하루종일 외부에서 스피커로 군가를 틀어주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자기 전에 누워있을 때면 군가 소리가 환청으로 들리기도 했었다. 다행히 2주쯤 지나니 적응이 되었는지 들리지 않았다.
훈련소 생활에 대해 이것저것
먼저 훈련소에 들어갈 때 가장 걱정일 것은 생활관 사람들일 것이다. 하루종일 같이 지내는 사람들이고, 10명이 넘는 수이다보니. 다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똑같이 끌려온 입장이기 때문에 서로서로 배려를 무지 잘 해준다. 기본적인 것만 지키면 웬만하면 문제 없다. 특히나 병영생활 행동강령에도 적혀있듯 신체적/언어적 폭력, 따돌림, 가혹행위를 금지하기 때문에 이런 것을 당할 일은 없다. 이런 것들을 당하면 분대장에게 이야기를 하거나, 그래도 잘 해결되지 않으면 마음의 편지를 쓰거나 화장실에 있는 전화를 이용해도 좋고, 막무가내로 중대장과 같은 간부들이 있는 곳을 찾아가는 것도 방법일 것 같다. 이런 문제들은 굉장히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대처를 잘 해준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의외로 사람들이 대부분 상식적이다. 적어도 우리 생활관은 대부분 그러했고, 생활관 외에서 만난 사람들도 그러했다. 조~끔 이상한 사람들은 있을 수 있는데...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나 말고 다른 생활관 사람들도 생활관 사람들이 좋아서 다행이라는 얘기를 더러 하는 것을 듣곤 했다. 사실 나는 별 생각 없이 들어갔는데 꽤나 잘 지내다 와서 다행인 것 같다.
다음은 조교들에 대해서. 조교들도 똑같이 끌려온 입장이다. 우리는 3주있다가 나갈 입장이기 때문에 그렇게 빡세게 잡진 않는다. 다만 기본적인 것들은 지켜야 서로 편하다. 조교들도 훈련병들이 통제를 잘 따라줘야 편의를 봐줄 수 있다.
한 조교가 이야기했던 지켜달라는 것 3가지가 있었다.
1. 목소리는 크게
2. 시킨거 잘 하자.
3. 열심히 하자.(태도)
이 3개만 잘 하면 문제없이, 마찰없이 잘 지내다가 올 수 있다. 어렵지 않다.
그 외
머리 길이: 나는 윗머리 20mm, 옆머리 6mm로 잘랐다. 친구네는 두발 검사나 자르는 걸 아예 안 했다고 하는데, 우리는 얄짤없이 다 짤랐다. 12mm로 자르고 온 사람들도 더러 있어서 나정도면 긴 편이었다. 머리가 길면 눈에 많이 띄고, 훈련병들 사이에서도 말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그냥 시원하게 밀고 가자. 머리 짧으면 솔직히 개편하다. 왜 밀고 오라는지 알 것 같음.
부식(간식): 부식은 잘 나온다. 듣기로는 매일 2천원씩 부식이 나온다고. 물론 매일 나오지는 않고, 어느 날은 안 나오고, 어느 날은 4천원 어치 나오고, 혹은 급식에 나오고. 보통 그런 식이다. 처음엔 많이 주는데 중간엔 잘 안주다가 마지막 되면 또 많이 준다. 종류도 다양했다. 파워에이드, 콜라, 에너지 드링크(몬스터), 커피, 초코파이, 카스타드, 프링글스, 에너지바, 육포, 소시지, 참치캔, 라면 등등등... 중간에 PX도 2번 간다. 나의 경우 사격 훈련 끝나고 금요일에, 그리고 마지막 월요일에 갔다. 수료식을 하고 나서도 갈 수 있으니 여유를 가져도 괜찮다. PX에서 구매하는 간식은, 초코파이/몽쉘/오예스 등은 비슷한 류이니 하나만 사자. 바꿔먹으면 된다. 후레쉬베리가 참 맛있고, 다른 전우들에게도 인기가 많았다. 그리고 가루 음료가 공간을 적게 차지하며 편리하다. 마지막 PX에서는 예상보다 적게 사오길 바란다. 부식이 나오니까. 나는 적게 샀는데도 남아서 남들한테 뿌리고, 버리고 했었다.
체계: 내가 지냈던 25연대를 기준으로 설명하겠다. 생활관이라고 하는 방이 있다. 한 생활관에 16명까지 들어갈 수 있는데 우리를 포함해서 주로 13명이서 썼고, 8명~15명까지 있었다. 생활관 1개가 1개 분대이다. 3~4개의 분대가 모여 1개의 소대가 된다. 4개의 소대가 모여 1개의 중대가 된다. 4개의 중대가 모여 1개의 대대(교육대)가 된다. 3개의 대대가 모여 1개의 연대가 된다. 여러 연대가 모여 사단(육군훈련소)이 된다. 각각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분대장/소대장/중대장/대대장(교육대장)/연대장 등이 되는 것이다. 안에서 지내다보면 자연스레 눈치껏 알게 되겠지만 나는 처음에 전혀 모르고 들어갔다. 알아두면 이야기를 이해하기 용이할 듯. 경우에 따라 규모가 다를 수 있다. 주로 훈련소가 규모가 큰 듯하다. 우리는 중대가 200명 가까이 되었는데 친구들 말로는 자대에서 한 중대에 80명도 많다고.
안에서 시간 떼우기: 중간중간 시간이 남는다. 아무것도 안 시키는 경우 시간을 떼울 것이 필요하다. 보통은 잡담을 많이 하는데 잡담도 하다보면 이야깃거리가 떨어지기도 하고 그런다. (보통은 그리 깊게 이야기를 나누진 않으니. 깊게 이야기 하기도 어렵다. 이야기 하다보면 불러내서 이야기가 끊기도 하다보니 자연스레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듯) 우리의 경우 처음에 자기소개를 했었고. 마피아 게임을 하기도 했었고. 책을 읽거나 혼자 누워서 생각을 하거나 잠깐 졸거나 등을 하기도 했다. 막바지에 가서는 옷걸이봉행거? 로 베레모를 돌리며 써커스를 하는 전우도 있었고... 프링글스 뚜껑으로 원반을 던지며 놀거나. 박스에 슬리퍼를 던져서 넣는다든지. 물통 돌려서 세우기를 한다든지. 베레모를 활용한 고리 던지기 놀이를 한다든지(...) 참 별짓을 다했다. 고추참치 부식이 나왔는데 그 위에 물통던지기로 세우는 걸 하는데 13명이 그걸 집중해서 쳐다보고 있으니 굉장히 웃겼다. 남자들을 몇 살 먹어도 어린애라고 하던데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안에서 청소하다가 공기(공기놀이 할 때 그 공기다)가 나오기도 했는데 이전 기수의 누군가는 공기놀이를 했던 모양이다. 카드를 갖고 왔는데 제출한 사람이 내지말걸 하면서 후회하기도 했었고.(내란 얘기는 없었는데 아마 자발적으로 냈던 모양이다. 당연히 이거 내야하나요? 하면 내라고 하겠지만... 가만히 있다가 몰래 쓰면서 걸리면 죄송합니다! 몰랐습니다! 해도 별 상관 없을 듯) 나는 흔히 야추라고 하는 Yacht Dice라는 게임 얘기가 나와서 그걸 잠깐 하기도 했다. 처음엔 종이로 도면을 그려서 주사위를 만드려다가 여러 장벽에 부딪혀서 종이를 찢어서 통 속에 넣고 뽑는 식으로 했었다. 주사위 5개 정도 가져가면 시간 떼우기 좋을 듯. 공기 대용으로 쓸 수도 있고 야추도 할 수 있다. 다른 친구는 누가 만화책을 가져와서 귀멸의 칼날 전권을 다 봤다고 하던데(코로나가 심할 때였다. 2020~2021년 쯤?). 우리도 만화책 가져갔어도 됐을 것 같다. 뭐든 걸리지만 않으면 장땡일 듯. 걸리더라도 이전에 서술했듯 핸드폰 등 전자기기, 담배, 칼 등만 아니면 퇴소까지 가진 않을 듯.
열심히 하자: 열심히 하자. 어차피 피할 수 없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도 있잖은가. 나는 훈련소 안에서 시간이 굉장히 금방 갔다. 나 말고도 생활관 내에서 시간 금방 간다는 얘기를 하던 전우도 또 있었다. 반대로 시간 진짜 안 간다는 이야기를 하는 전우도 있었다. 시간이 금방 간다고 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었다. "열심히 했다"는 점이었다. 나는 시키는 일에 최선을 다했고, 주변 전우들에게 FM이라는 별명과 4급 아니었으면 현역가고 싶었죠? 라는 이야기까지 들었다. 또, 자기 할 일에 최선을 다하고, 누군가 해야하는 일에 먼저 나서는 전우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굉장히 멋있었다. 반대로 최대한 뭐든 안 하려고 하고, 피하고, 집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달고 산다든가, 맨날 시계보고, 불평을 달고다니는 전우들도 있었다. 시간이 안 간다는 전우들은 당연하지만 후자였다. 남들이 보기에도 안 좋고, 배워가는 것도 남들보다 모자라고, 본인만 괴로워 할 뿐이다. 주어진 일에 열심히 임하자. 열심히 하면 즐겁다. 다른 전우들을 보며 남들이 꺼리는 일에도 적극 나서고,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고, 열심히 하는 모습이 정말 멋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도 앞으로 이런 자세를 본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쓰다보니 거의 3시간이상 걸린 듯 하다. 너무 많은 것을 썼나? 싶기도 한데. 그래도 나름 이것저것 떠올리면서 재밌었던 것 같다. 앞으로 다시 이런 경험을 해보기는 힘들겠지. 조금 후련하면서도 아주아주 약간은 아쉬운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꽤나 보람찼다. 수료하고 와서 조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러 갔는데 굉장히 대견해하셨다. 불침번을 서면서 현역 친구들 생각도 많이 났는데, 목요일에 수료하고 한 친구한테 소고기를 사줬다. 군복입고 나온다는 얘기를 듣고 그 친구도 군복을 입고 나와줬다. 짧은 기간이었고 나름 편하게 지냈지만 그 친구가 고생 많았다고 해주니 고마웠다. 그 친구는 물론이고 다른 친구들에게도 현역 다녀오느라 고생 많았다고. 맛있는 거 사주겠다고 그러니 다들 고마워하고 좋아했다. 서로 존중하고 잘 지내는 모습이 정말 아름다운 모습이구나 하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아직 훈련소에 가지 않은 사람들도 건강히 잘 다녀오고, 현역, 보충역 모두 서로를 존중하며 즐겁게 잘 지낼 수 있기를 바란다.